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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불일미술관 신진작가공모전 개막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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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불일미술관 신진작가공모전 개막 전시

김일중 작가의 믿는다는 것

5월 2일부터 14일까지 법련사 불일미술관 1관에서 불기 2561년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김일중 작가의 ‘믿는다는 것’ 전시를 연다. 1979년생인 김일중 작가는 안동대학교 미술학과 및 동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하였다. 2014년에 ‘떠도는 그림자들(갤러리 이레, 파주)’, ‘우리가 보는 것은 보는 것이 아니다(이랜드 스페이스, 서울)’, 2016년에는 ‘픽션들(가나인사아트센터, 서울)’ 등의 개인전을 열었고, 2016년 ‘아트 광주(아시아문화의 전당, 광주)’와 2017년 LA ART SHOW(LA Convention Center, USA) 등의 단체전과 기획전 등을 통해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불일미술관에서 주최한 ‘2017 신진작가공모전’에 당선된 작가들의 릴레이 전시의 첫 서막으로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일중 작가는 물리적 이중성(빛을 투과시키는 동시에 반사시키는)을 지닌 자개에 아크릴의 물성을 더해 가상적이고 영적인 느낌을 배가시킨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무한히 흩어지듯 붙여나간 자개 파편 덩어리들은 하나의 덩어리로 정립되어 특정인을 구현한다. 그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누군가이기도 하고, 한 번도 보지 못한 이미지이기도 하다.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있었거나 방금 어딘가에서 발생했듯이 여러 가지 톤으로 나누어진 조개껍데기들은 스스로를 증명하듯 적절한 위치에 돋을 새김된 채로 멈추어 있기도 하고 빛의 반사각에 따라 흩날리기도 한다. 오롯이 형상을 내포하기도 하고 안쪽에 드러난 물감의 흔적들을 드러내기도 하며 그렇게 빛을 내며 공간을 점유하듯 사라져간다. 자개 파편들이 모여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면서 그때서야 비로소 부처님, 배우, 유명인, 정치인 또는 정체성이 모호한 인물 혹은 동물들이 캔버스의 틀 안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 본다는 것, 믿는다는 것은 굉장히 맞닿아 있는 요소이다. 보고, 듣고, 해 본 다음에야 우리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알았다고 인식하게 된다. 현대인들은 직접적인 경험보다 미디어를 통한 간접적인 경험을 더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개인은 어떤 정보가 참이고 거짓인지 분별하기 어렵다. 무수히 쏟아지는 파편화된 정보들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미디어에 노출되는 정보들은 확대되고 재생산되며 그 자체로 일련의 진실 혹은 믿음을 강요한다.

작가는 본인이 육안으로 본 대상보다 훨씬 더 실감나는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원본보다 더 가깝게 기능한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제작한 부처님의 형상은 미디어에서 캡처하거나 누군가가 전문적인 조명 아래 견고히 촬영되어진 영상의 결과물들을 취한 것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원본과 사본의 경계를 허물고, 모든 것은 유동적이고 변화하며 모든 의미결정은 판단 연기 내지 유보된다는 불교적 메시지를 명징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은 모른다는 것을 스스로 안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는 거짓이다. 진실은 오로지 파편화된 형태로만 존재한다.”는 아도르노의 말을 좋아한다는 김일중 작가는 “모든 정보는 허구의 창조물이기도 하고 그 자신이 허구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허구이면서 창조물이기도 하고, 부분이면서 전체이기도 한 김일중의 작품들은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일체진중역여시一切塵中亦如是’라는 화엄경 한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김일중 작가에게 있어 불교는 인간 실존의 진정성과 무상성이라는 이면을 엿보게 하는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김일중 작가의 이번 전시에서는 ‘미륵반가사유상’, ‘석굴암 본존불’, ‘간다라 석불’등 12점의 작품을 선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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