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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언제까지 종북몰이 프레임에 갇혀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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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언제까지 종북몰이 프레임에 갇혀 있을 것인가

 지난 6일, 서울지방법원 형사합의 21부(부장판사 이범균)에서 2012년 12월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수사 축소·은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해서 큰 퍼문을 던저 주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찰이 제출한 유일한 간접증거인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진술은 객관적 사실과 명백히 어긋날 뿐 아니라 다른 증인들의 공통된 진술과도 배치되어서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새누리당은 ‘당연한 재판 결과로 환영한다. 민주당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논평을 냈고,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진실과 국민이 모욕당했다. 특검이 왜 필요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이다. 특검 이외에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정부 인사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끝났다”며 내각 총사퇴와 청와대 비서진에 대한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박 대통령에 요구했다. 2월 국회 의사일정과 연계해서 강력한 투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민주당 당직자는 밝히고 있다.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충격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박지원 의원은 특검이 필요하다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에게 ‘그걸 이제야 알았느냐?’고 트위터에서 일갈하고 있다. 나는 1987년부터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정치를 지켜보기도 하고 참여하기도 한 경험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정치 현실의 속 얼굴과 생리, 흐름을 일반인 보다는 조금 더 많이 보고 듣고 알고 있는 사람이다.

 금배지가 빛나고 TV와 신문 방송 등 언론에 비치는 정치인의 화려한 겉 모습과는 달리, 현실 정치는 돈과 권력에 좌우되고 부패하기 쉽고 비정한 무대이다. 가장 욕을 많이 먹고, 썩어 있고, 뒤떨어져 있으며 불신과 개혁의 대상으로 국가발전에 가장 장애가 되는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항상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혁신을 외치지 않은 적이 없지만, 어떻게 혁신되었는지 국민들은 잘 알지 못한다. 당리당략과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 늘 싸움질만 하는 집단으로 알고 있다. 

 민주주의와 경제 민주화, 사회통합과 평화통일이 중단없이 추진되어서 우리 국가와 민족이 잘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나는 그것을 담당할 주체세력으로서 민주당을 지지하고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물론 개혁적 보수, 합리적인 보수, 건강한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새누리당의 역할과 발전도 바란다.

 나는 2012년 12월에 치러진 ‘제18대 대통령선거 평가와 제안’이라는 7쪽 짜리 의견서를 2013. 1. 30. 작성하여 민주당 등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이제는 두 가지만 요약해서 말하고자 한다. 첫째는 65% 이상의 국민들이 이명박 정권에 절망하여 정권교체를 열망했으나, 정책과 홍보, 전략과 대응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해서 국민의 뜨거운 여망을 담아내지 못했다. 그래도 대선에서 48%라는 과분한 지지를 보내 주었으나, 지난 일 년 동안 민주당의 활동과 모습은 너무나 실망스러워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가칭 새정치신당)에게는 30% 안팎의 지지를 보내고. 민주당에는 10% 안팎의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항상 당내에, 그리고 국민 중에는 강한 투쟁을 원하는 의견도 있고, 약한 투쟁을 원하는 의견도 있다. 당 대표가 책임을 지고 국민들이 민주당에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고 있으며, 진정으로 무엇에 실망하고 무엇에 화내고 있는지를 먼저 정확히 알아내고, 그것을 과감히 고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천막 투쟁도 좋고, 전국 민심 투어도 좋고, 기자회견도 좋고, 국회 본관 앞에서의 구호도 좋지만, 공정하고 객관적인 여론 조사기관에 위탁해서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많은데, 언제까지 대충 대충 알고 시간만 보내고 왔다 갔다 헤매고 다닐 것인가.

 둘째는 안보도 중요하지만, 한미 군사력이 북한 보다 약한 것이 아닌데도,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때부터 써먹었던 안보와 용공, 좌파와 공산주의라는 ‘종북 플레임’에 속절없이, 대책없이 끌려 다니는 모습이 너무나 실망스럽고 애처롭다. 평생을 좌익 빨갱이로 몰리며 갖은 고초를 겪고 사선(死線)을 수없이 넘어서 그것을 정면 돌파하여 대통령이 되고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노벨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대통령 같은 세계적인 지도자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위대한 지도자를 가까이서 모시고 지켜보고 배울 수 있었던 나는 행운아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엄청난 헌법기관인 126명 국회의원의 제1 거대야당 민주당이 ‘정부 여당이 반 세기 이상 정치에 상습적으로 악용하는 시대착오적인 종북몰이’에 공포감을 갖고 몸을 움츠리고 눈치나 슬슬 보고, 그 때 그 때 적당히 이것도 저것도 아닌 보여주기식·땜질식 정치활동을 계속해 나간다면 새누리당 보다 먼저 분노한 국민의 심판을 받을 수도 있다. 

 <김윤호 논설위원, 행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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